요즘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이를 처음 가지는 시기가 예전보다 많이 늦어졌다는 걸 체감한다. 나 역시 서른이 훌쩍 넘어 초산모가 되었고, 주변도 대부분 비슷한 나이대에 첫 아이를 가진다. 20대 후반에 결혼한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30대 중반을 넘어서야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더라.
첫 임신 소식을 접했을 때의 떨림은 여전히 생생하다. 기쁨과 함께 찾아온 불안감. ‘내 나이에 괜찮을까?’, ‘아이 건강은 어떨까?’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더더욱 꼼꼼하게 병원을 고르게 됐다. 나는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한 여성 전문 산부인과를 찾았다. 진료실도, 대기실도 늘 산모들로 가득했지만, 그만큼 체계적이고 믿을 만했다.
산부인과에 처음 방문했던 날, 간호사가 내 나이를 확인하더니 조심스럽게 "요즘은 35세도 고령 초산에 해당돼요"라고 말해줬다.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름 건강하고 활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의학적으로는 ‘고령 산모’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는 게 낯설고 조금은 슬펐다.
초음파로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 그 모든 걱정은 잠시 멈췄다. 또각또각 또각—작고 강한 심장박동은 눈물이 날 만큼 벅찼다. 하지만 감정에만 젖어 있을 틈은 없었다. 곧이어 시작된 각종 검사, 피검사, 기형아 검사, 그리고 정기적인 진료 예약들. 산부인과 진료는 단순히 '아이 상태 보기'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산모의 건강도 중요한 만큼, 병원 시스템이 얼마나 꼼꼼한지에 따라 마음의 안정감도 달라졌다.
병원에서 만난 다른 초산모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비슷한 걱정을 안고 있었고, 누구 하나 쉽게 이 시기를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이는 임신 초기에 입덧으로 입원을 했고, 또 어떤 이는 회사와의 조율이 어려워 퇴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병원이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조심스레 위로를 나누는 작은 커뮤니티처럼 느껴졌다.
요즘 산모의 평균 나이는 분명히 높아졌지만, 그만큼 더 성숙하고 준비된 상태로 아이를 맞이하게 되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늦은 만큼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되니까.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이를 품는다는 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 마음과 태도가 더 중요하죠.” 그 말이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